'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편집장과 주인공이 입었던 옷들이 탐심을 품고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욕망과 성공의 아이콘인 명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프라다는 왠지 고루한 전통을 입지 않은 현대적인 브랜드로 인지된다. 간결하고 세련된 절제와 지성미를 갖춘 프라다를 알아보자.
프라다의 변천사
마리오 프라다
부유한 공무원 집안에서 태어난 마리오 프라다는 유럽과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패션에 대한 안목을 넓혔다. 여행 중 진귀한 물건과 희귀한 가죽을 접하며 소재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1913년 동생 마티노 프라다와 밀라노의 쇼핑센터에 '프리 털리 프라다(Fratelli Prada)라는 고급 가죽 전문 매장을 오픈한다. 초기에는 화장품 케이스, 가죽 핸드백, 가죽 장갑 등을 수공으로 제작했으며, 이후 영국에서 수입한 바다코끼리 가죽, 악어가죽 같은 특이한 소재를 사용하여 유럽 왕가와 상류층에 큰 인기를 얻는다. 1919년 프라다는 이탈리아 왕실의 가죽 및 의류제품을 납품하는 공식 업체로 지정받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경기침체가 발생되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고 사업은 난항을 겪게 된다. 마리오 프라다는 아들 알베르토 프라다에게 가업을 물려주길 원했으나 그는 사업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1958년 마리오 프라다가 사망하자 아들을 대신해 딸 루이자 프라다가 20년간 사업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970년대 후반 파산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때 미우치아 프라다가 프라다에게 새 바람을 불어넣을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다.
미우치아 프라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194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프라다 창업주의 딸 루이자 프라다와 해군이었던 루이자 비안키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우치아는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평범한 중산층의 소녀로 규칙 중의 하나인 낮잠 시간엔 미우미우라는 가상의 친구와 놀이를 하고, 부모님 눈을 피해 스커트 단을 올려 입는 등. 풍부한 상상력과 감수성을 지닌 발랄함을 가지고 있었다. 밀라노 국립대학교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며 1960년대 후반 공산당의 당원이자 이탈리아 여성연맹의 회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또한 밀라노의 피콜로 극장에서 5년간 팬터마임을 공부하기도 했다. 미우치아가 프라다의 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그녀는 물질주의와 소비주의라고 여겼던 패션에 종사한다는 것과 전공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이자 평생의 동업자인 파트리치오 베르델리를 만나 그녀의 잠재적 재능을 발견하고 성공의 가도를 걷게 된다. 1993년 프라다 새컨 브랜드 '미우 미우'는 미우치아의 어린 시절 함께했던 가상의 친구이자 자신이 되고 싶었던 이상적 분신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녀는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프라다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는데, 그것은 때론 기존의 아름다운 여성복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스커트에 하이힐과 발목길이의 흰 양말, 털모자와 칵테일 드레스, 작업복에 티아라를 쓴 모습과 같이 이질적인 것의 병치를 통해 여권운동을 능동적이고 반항적 상징물로 표현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프라다 재단은 예술 후원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1998년도에는 세계적 브랜드 합병을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X-프로젝트를 수립한다. 1999년도 미니멀 이미지를 추구하는 브랜드인 헬무트 랭, 질 센더, 팬디 등을 합병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되면서 2006년까지 일부 브랜드를 처분하고 현재는 프라다, 미우 미우, 신발 브랜드인 처치스, 카슈만을 운영하고 있다.
프라다와 미우미우 컬렉션
-나일론 백팩 벨라(Vela):품질 좋은 가죽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미우치아는 가죽 트렁크 보호용으로 사용되던 나일론 방수 직물 '포코노'를 주목하게 된다. 1985년 가벼우면서 질기고, 방수도 되는 '포코노'를 소재로 블랙 백팩을 출시하지만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패션에 주저함이 없는 모델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럭셔리하면서 두 팔에 자유를 주는 정장과 캐주얼 어디에도 어울리는 '벨라'는 명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가방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가장 많은 모조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밀리터리 룩:프라다 컬렉션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밀리터리는 여성의 연약함을 거부한다. 아름다운 디자인보다 착용자 중심의 편안함, 수동적이지 않은 능동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사피아노 럭스백:사각 형태의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매년 새로운 디자인과 컬러로 출시되고 있다. 모델 미란다 커(Miranda Kerr)가 착용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명 '프라다 미란다커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파 고프레 백: 2006년 마돈나가 백을 든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노출되면서 '마돈나 백'으로 불리기도 한다. 프라다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미우미우 마테라쎄 나파 백:특유의 주름진 물결무늬의 젊고 트렌디한 느낌.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 옷을 사게 하는 브랜드가 바로 프라다이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패션 철학은 소비자를 향한 배려가 묻어 있다. 프라다가 절제된 세련미, 고급스러운 미니멀리즘, 실용적이고 지성적인 감각을 제안했다면, 미우미우는 좀 더 로맨틱하고 자기애가 강한 소녀의 분위기를 내포한다. "프라다가 좀 더 진지해야 한다면, 미우미우는 내 놀이터이다" 2024년 상반기 전년대비 93%나 성장한 미우미우는 다른 명품 브랜드가 부유층을 타깃으로 움직일 때, 온라인상의 z세대를 겨냥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
프라다는 전통적인 패션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고품질의 소재와 정교한 제작과정을 통해 명품으로서의 장인정신을 유지하며, 소비자의 트렌드를 이끄는 유행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9년부터 시작된 리나일론(기존의 버질 나일론 대신 재생 나일론의 원사인 에코닐을 사용해 제품 생산) 프로젝트로 발생된 수익금의 일부를 해양 보호 프로그램에 후원, 프라다 재단을 통한 지속적인 예술 후원 등으로 사회적 호응을 얻고 있다. 결국, 명품은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시대를 읽고 그 정신을 보여주려고 할 때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